2025. 1. 25. 17:16ㆍObjet
하몬 (스페인어 : jamón)
하몬(jamón)은 스페인의 생햄이다. 소에 절여 건조한 돼지의 다리로 만든다. 스페인의 마트에선 다리째로 팔기도 하고, 조각내서 진공 포장한 것을 팔기도 한다. 대개 익혀 먹지 않고 얇게 썰어서 먹으며, 조각나 있는 것을 보면 마치 날 것과 같다.
한국에서는 흔히 하몽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기이다. "하몽"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1992년 "Jamon Jamon"이라는 스페인 영화를 "하몽하몽"으로 잘못 번역한 것이 굳어진 것이며 "하몬"이 맞는 표기이다.
이베리아반도 내륙 대평원의 삼시세끼를 책임져왔던 식품으로, 스테이크 같은 정식 고기요리라기보다는 빵 반찬으로서 역할을 하는 음식이다. 돼지나 멧돼지의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서 보존성을 늘린 다음 수 개월에서 수 년을 천장에 매달아놓고 서서히 숙성해서 만든다. 그야말로 빵도둑이라 누구나 자주 먹지만, 맛이 고급화된 것은 끝도 없이 비싸게 팔린다. 현지의 마트나 전통시장의 정육점에 가면 다리 하나 통째로도 걸어놓고 파는데, 써는 데 드는 인건비를 고려하면 다리 하나를 통째로 사는 것이 작은 포장으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통 다리는 지방이 엄청나게 많고 뼈도 들어있기 때문에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은 아무리 많아봐야 40%도 되지 않으며, 이를 모르고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먹는 법
낯선 향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특유의 향이 역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에 비싸기만 하고 맛이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생돼지고기로 만든 것이기 때문인데, 익숙해지면 오히려 그 향에 끌려서 먹게 된다. 하몬의 등급들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처음 먹는 사람들은 가격이 싼 낮은 등급을 먹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이 실망한다. 등급이 높은 경우 은은한 치즈같은 풍미와 견과류의 향, 분명 소금 범벅임에도 자꾸 당기는 감칠맛을 느낄 수도 있는데, 아래 등급으로 내려갈수록 향이 역하게 변하며 짠맛 때문에 쉽게 물리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누군가는 낮은 등급으로 시작하게 되면 역한 향의 기억이 남게 되어 윗 등급을 시도하지 않거나, 역한 향을 윗 등급들에서도 찾아내게 되어 선호하지 않게되는 안타까운 사례가 생긴다. 물론 세라노도 얼마든지 만족하고 먹을 수 있다. 다만 제품별로 나트륨 함량이 천지차이라 염도를 보고 고르는 것이 좋다. 최초의 하몬 및 스페인의 일반 서민들이 먹었던 하몬은 그 맛없는 아랫등급 하몬에 가까우므로[6], 오히려 이쪽이 더 오리지널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체험해보는 기분으로 먹어보자.
위에서 서술했듯이 특유의 향(거의 풍미가 지나치다 못해 MSG를 생으로 먹은것 같은 느끼함과 쓴맛에 더 가깝다.)과 더불어 염장식품이기에 등급이 낮을수록 굉장히 짜다. 그렇기에 하몬만 따로 많이 먹기가 힘들다. 이것이 하몬을 두껍게 썰어먹지 않고 얇게 저며서 먹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식당에 따라 즉석에서 뒷다리를 가져다놓고 칼로 저며서 제공하는데, 두께에 따라 풍미와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미는 데에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적당한 두께로 하몬을 저미는 데는 기술이 필요한 일이기에, 스페인의 바나 레스토랑에서나, 수요가 있는 곳에서는 하몬 저미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
보통 먹을 때는 익히지 않고 생으로 얇게 저며서 술안주로 하거나, 빵에 끼워 보카디요[7]로 만들어 먹는다. 생으로만 먹는 것이 아닌 익혀 먹는 요리법도 있다. 주로 스페인에서 국밥마냥 간단하면서도 든든하게 한 끼 때울 때 먹는 스크램블 에그의 일종인 우에보스 로토스[8]로 해먹을 때 감자튀김과 계란 후라이 위에 하몬을 구워 먹는데 이렇게 요리할 땐 딱 나머지 재료들과 어울린 만큼만 조리하고 하몬 특유의 향과 식감이 사라지지 않게 살짝만 가열하는 게 포인트이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입문자에게 추천해줄만한 조합은 스페인에서도 흔히 생햄을 먹는 방법인 메론과 함께 먹는 것. 이를 '하몬 콘 메론'이라고 하는데, 이탈리아의 프로슈토 에 멜로네처럼 하몽을 멜론에 얹어서 먹는 것을 말한다. 대중적으로 즐겨먹는 방법 중 하나로 알려져있고, 스페인에서는 안주 이외에도 산모들이 산후 조리용으로 먹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이다.
'Obj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매발톱꽃 (2) | 2025.05.11 |
---|---|
Beluga Allure (0) | 2025.04.10 |
Super Moon (0) | 2025.01.15 |
눈 쌓인 단풍 (0) | 2024.12.02 |
자주괭이밥 (1) | 2024.11.30 |